“왜 운 좋아야 투표할 수 있나”···여전히 문턱 높은 발달장애인 투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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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5-29 20:51본문
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보건소 사전투표소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섰다. 발달장애인 박경인씨(31)도 신분증을 손에 꼭 쥐고 뒤에 섰다. 박씨의 투표를 도울 은물 활동가가 곁에서 박씨의 어깨를 감쌌다. 긴장된 얼굴의 박씨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신분증을 내밀고 말했다. “제가 발달장애인이라서 투표보조인이 필요해요.”
이날 박씨를 포함한 14명의 발달장애인은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각각 종로구 청운동·사직동, 마포구 공덕동·아현동 등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한 사람당 1~2명의 투표보조인이 함께 했다. 투표보조인은 장애 등으로 기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투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을 말한다. 공직선거법(157조6항)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를 가진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 조항에 ‘발달장애’는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들은 보조인과 동행할 수 있는지를 투표소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 이날 박씨는 보조인과 함께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사직동·공덕동에서 투표한 4명의 발달장애인은 보조인 없이 혼자 투표하거나 투표를 포기해야 했다. 이들은 ‘손 떨림 등 투표에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조인 동행을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투표한 박지은씨는 투표소를 나와 속상해서 울었다.
발달장애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상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선관위가 2020년 “선거법에 어긋난다”며 이 내용을 돌연 삭제했다. 그 해 21대 총선에서 수많은 발달장애인이 투표 보조를 거부당했다. 결국 장애인단체 등이 국가를 상대로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선관위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투표 보조를 지원하고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월 부산에서도 “발달장애인에게 투표 보조를 지원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지침은 답보 상태다.
운이 좋아 투표소에 들어가도 발달장애인의 투표 과정은 지난하다. 박씨는 “투표용지를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설명한 사진 등이 없어서 당황했다”며 “기표소도 너무 좁아 보조인과 함께 들어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청운동에서 보조인과 함께 투표한 최은진씨는 “우리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동시에 기억하기 어려운데 투표용지에 이름만 적혀 있어 헷갈린다”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림 투표용지가 빨리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긴장된 얼굴로 투표소에 들어간 최씨는 무사히 투표를 마치고 나와 “잘 넘어갔다!”며 웃었다.
이들은 공약을 확인하는 과정도 평등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글자가 많고 단어가 어려운 공약집은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다.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쉬운 공약집을 제작하라는 요구에 선관위는 2023년 처음으로 ‘이해하기 쉬운 선거 공보’ 제작 안내집을 만들었다. 이날 기준 ‘쉬운 공약집’을 배포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민주노동당 등 3개 당뿐이었다. 김현아씨는 “공보물에서 여러 공약을 본 뒤에 뽑을 후보를 결정할 수 있었다”며 “그만큼 공보물은 투표권을 위한 중요한 정보이기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달장애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직접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이제는 같이 하자 투표를 앞으로 같이 해보자”며 입 맞춰 부르는 노래는 서툴지만 우렁찼다.
이날 박씨를 포함한 14명의 발달장애인은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각각 종로구 청운동·사직동, 마포구 공덕동·아현동 등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한 사람당 1~2명의 투표보조인이 함께 했다. 투표보조인은 장애 등으로 기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투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을 말한다. 공직선거법(157조6항)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를 가진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 조항에 ‘발달장애’는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들은 보조인과 동행할 수 있는지를 투표소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 이날 박씨는 보조인과 함께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사직동·공덕동에서 투표한 4명의 발달장애인은 보조인 없이 혼자 투표하거나 투표를 포기해야 했다. 이들은 ‘손 떨림 등 투표에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조인 동행을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투표한 박지은씨는 투표소를 나와 속상해서 울었다.
발달장애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상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선관위가 2020년 “선거법에 어긋난다”며 이 내용을 돌연 삭제했다. 그 해 21대 총선에서 수많은 발달장애인이 투표 보조를 거부당했다. 결국 장애인단체 등이 국가를 상대로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선관위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투표 보조를 지원하고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월 부산에서도 “발달장애인에게 투표 보조를 지원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지침은 답보 상태다.
운이 좋아 투표소에 들어가도 발달장애인의 투표 과정은 지난하다. 박씨는 “투표용지를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설명한 사진 등이 없어서 당황했다”며 “기표소도 너무 좁아 보조인과 함께 들어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청운동에서 보조인과 함께 투표한 최은진씨는 “우리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동시에 기억하기 어려운데 투표용지에 이름만 적혀 있어 헷갈린다”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림 투표용지가 빨리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긴장된 얼굴로 투표소에 들어간 최씨는 무사히 투표를 마치고 나와 “잘 넘어갔다!”며 웃었다.
이들은 공약을 확인하는 과정도 평등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글자가 많고 단어가 어려운 공약집은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다.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쉬운 공약집을 제작하라는 요구에 선관위는 2023년 처음으로 ‘이해하기 쉬운 선거 공보’ 제작 안내집을 만들었다. 이날 기준 ‘쉬운 공약집’을 배포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민주노동당 등 3개 당뿐이었다. 김현아씨는 “공보물에서 여러 공약을 본 뒤에 뽑을 후보를 결정할 수 있었다”며 “그만큼 공보물은 투표권을 위한 중요한 정보이기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달장애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직접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이제는 같이 하자 투표를 앞으로 같이 해보자”며 입 맞춰 부르는 노래는 서툴지만 우렁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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