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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뉴욕타임스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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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6-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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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자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긁어다가 챗GPT 훈련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대표적인 인공지능 개발사와 콘텐츠 기업 간 분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 사건은 국내에서 막 시작된 지상파TV 3사와 네이버 간 소송과 유사해 한국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훈련에 자사의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를 했다. ‘뉴욕타임스 대 오픈AI’ 소송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던 터라, 입에서 “뉴욕타임스 너마저”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르몽드 등 세계 유수의 신문사가 이미 오픈AI와 거액의 돈을 받고 인공지능 성능 고도화를 위해 뉴스 콘텐츠를 일종의 ‘땔감’으로 제공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꿋꿋이 버틴 뉴욕타임스는 단연 돋보였었다.
언론은 헌법과 법률로 특권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표현의 자유, 취재원 보호 등에서 일반인에 비해 두텁게 보호받는 것은 언론의 공공성 때문이다. 한편, 언론 환경의 변화로 미디어 기업의 수익이 악화된 지 오래됐다. 주주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기도 한 뉴욕타임스에 얼마의 합의금이 지급됐는지 알 수 없지만, 시가총액이 웬만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넘는 빅테크 기업에 그 돈이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로써 뉴욕타임스는 재정난을 타개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뉴스 콘텐츠가 미디어 기업이 인공지능 개발사에 팔거나 라이선스해줄 수 있는 ‘상품’에 불과한 것인지, 나아가 ‘상품’이라면 오롯이 해당 미디어 기업에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기사 등 뉴스 콘텐츠는 법과 제도의 보호 아래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취재원, 외부 기고가, 독자, 심지어 사진에 찍힌 대중 등 수많은 사람의 권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신문 기사를 통해 나갔다고 해서 그 콘텐츠가 신문사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품이라고 해도 처분권이 없다면, 남의 물건이나 권리를 돈 받고 판 것에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인간 기자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신문사는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뉴욕타임스 기사로 훈련한 아마존의 인공지능을 활용해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아마존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로 훈련한 인공지능으로 전 세계 언론을 장악할지도 모른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번 협상 타결로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한 전통의 뉴욕타임스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리라 예상한다.
다만, 이 협상 타결이 오픈AI와의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뉴스 콘텐츠가 뉴욕타임스의 처분 가능한 자산이란 것이 같은 테크 기업에 의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오픈AI의 무단 사용은 더욱 불법적인 것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빅테크의 초강력 경제력 집중의 시작에는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의 지원’이 있다. 본래 공정 이용은 학생, 교사, 연구자, 장애인 등 작은 이용자(little users)와 재판, 언론, 도서관 등 공공 목적을 위해 저작권자의 양보를 통해 예외적으로 인정된 제도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인 빅테크가 이 제도를 활용해 그 사업 기반을 마련해왔으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공정 이용으로 또다시 난관을 돌파하려 했던 오픈AI와의 소송전 중에, 역시 공정 이용의 혜택을 받은 뉴욕타임스가 그 열매를 오픈AI보다 더 큰 아마존에 고스란히 바치기로 합의했다고 하니, “뉴욕타임스 너마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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