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준범의 기승전 거버넌스]상법 개정은 끝이 아닌 시작, 기업집단법 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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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06-11 19:12본문
빠르면 이번주 다시 심의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상법 개정안에는 지난 4월 발의됐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이외에도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의 독립이사로의 명칭 변경 및 의무 비중 상향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감사위원회 위원에 대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합산 ‘3% 룰’이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을 넘어 개악을 거듭했던 지난 30여년 동안의 과오를 생각하면 대단히 환영하고 기대할 만한 일이 분명하나, 최소한 10년을 내다보고 진행해야 하는 기업 거버넌스 정책의 성격을 생각하면 환영과 함께 새 정부에 몇 가지 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기업 거버넌스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기업 거버넌스 문제의 정부 관할은 상법을 담당하는 법무부, 자본시장법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기업집단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로 무려 3원화(또는 4원화)돼 있고 각 부처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전혀 다르다.
법무부는 회사 내 의사결정에 관한 상법 문제를 다루지만 자본시장이나 기업집단 문제의 전문가가 아니고, 자본시장에서의 주주 보호나 공시 등의 문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루지만 일부 상장회사 특례 조항이 2009년 개정으로 법무부 관할인 상법으로 넘어가 혼란스러운 상태다.
기업집단 문제는 공정위가 관장하지만 주주나 회사의 중요 기관 간 의사결정 및 이해충돌 문제가 아닌 기업집단의 규모나 내부거래에 대한 행정적 규제만 담당하고 있다. 주식법에 기업집단인 콘체른 관련 조항을 둔 독일과 비교할 때, 우리는 이 부분에 확연하고 커다란 공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무부의 상법 관련 기능, 금융위와 금감원의 상장회사 거버넌스 관련 기능, 공정위의 기업집단 규제 관련 기능을 하나의 조직으로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선 새 정부는 먼저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등에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 정상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정식 조직을 발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주주 충실 의무와 같은 총론을 구체화할 후속 입법을 빠르게 진행하고, 정부가 변화하는 기업 실무와 자본시장의 흐름에 맞춰 미리 제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업집단법 제정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기업집단’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나라다. 경제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다. 프로야구팀은 물론 아파트 이름에도 대기업집단의 브랜드가 올라가는 나라다. 하지만 이렇게 강하고 분명한 실체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의 거버넌스에 관한 대한민국의 법은 “사실상 지배” 딱 다섯 글자밖에 없다. 공정거래법에서 기업집단이란 어떤 한 사람(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말한다고 정의한 것이 끝이다.
기업집단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개별 회사의 주주와 채권자는 그러한 결정에서 어떻게 보호되는지, 아니 가장 단순하게 우리가 ‘회장’이라고 부르는 기업집단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이자 대표자는 누가 어떻게 뽑는지에 대한 법도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런 의사결정이 있다는 것을 안다. 주주총회도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법 밖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상의’ 결정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루빨리 이런 불투명한 기업집단의 거버넌스를 법 안으로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
셋째, 회사 관련 소송을 담당할 전문 법원이 필요하다. 법원의 전문화는 관련 분야의 지식과 경험의 수준을 높이고 신속한 실무를 돕는다. 특허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회생법원 등이 이미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회사 관련 소송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 더 신속하고 전문적인 결정이 필요한 분야다. 그럼에도 각 회사의 본점 소재지 법원들이 흩어져 있는 사건을 산발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결정의 깊이나 설득력이 아쉬운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큰 회사들이 델라웨어주에 본점을 두다보니 델라웨어 법원이 사실상 회사 전문 법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수십년 동안 법리와 판례를 축적하며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사 전문 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높으며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돼 있어, 국회와 법원이 빠르게 협의만 하면 언제든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아직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상투적인 말을 떠올려 본다. 빠르게 정상화되는 자본시장을 통해 국가의 자원이 제대로 분배되고, 젊은 세대와 은퇴 세대의 안정적 재산 형성이 가능해지며,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를 마음 깊이 기대해 본다.
지지부진을 넘어 개악을 거듭했던 지난 30여년 동안의 과오를 생각하면 대단히 환영하고 기대할 만한 일이 분명하나, 최소한 10년을 내다보고 진행해야 하는 기업 거버넌스 정책의 성격을 생각하면 환영과 함께 새 정부에 몇 가지 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기업 거버넌스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기업 거버넌스 문제의 정부 관할은 상법을 담당하는 법무부, 자본시장법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기업집단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로 무려 3원화(또는 4원화)돼 있고 각 부처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전혀 다르다.
법무부는 회사 내 의사결정에 관한 상법 문제를 다루지만 자본시장이나 기업집단 문제의 전문가가 아니고, 자본시장에서의 주주 보호나 공시 등의 문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루지만 일부 상장회사 특례 조항이 2009년 개정으로 법무부 관할인 상법으로 넘어가 혼란스러운 상태다.
기업집단 문제는 공정위가 관장하지만 주주나 회사의 중요 기관 간 의사결정 및 이해충돌 문제가 아닌 기업집단의 규모나 내부거래에 대한 행정적 규제만 담당하고 있다. 주식법에 기업집단인 콘체른 관련 조항을 둔 독일과 비교할 때, 우리는 이 부분에 확연하고 커다란 공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무부의 상법 관련 기능, 금융위와 금감원의 상장회사 거버넌스 관련 기능, 공정위의 기업집단 규제 관련 기능을 하나의 조직으로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선 새 정부는 먼저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등에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 정상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정식 조직을 발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주주 충실 의무와 같은 총론을 구체화할 후속 입법을 빠르게 진행하고, 정부가 변화하는 기업 실무와 자본시장의 흐름에 맞춰 미리 제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업집단법 제정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기업집단’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나라다. 경제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다. 프로야구팀은 물론 아파트 이름에도 대기업집단의 브랜드가 올라가는 나라다. 하지만 이렇게 강하고 분명한 실체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의 거버넌스에 관한 대한민국의 법은 “사실상 지배” 딱 다섯 글자밖에 없다. 공정거래법에서 기업집단이란 어떤 한 사람(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말한다고 정의한 것이 끝이다.
기업집단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개별 회사의 주주와 채권자는 그러한 결정에서 어떻게 보호되는지, 아니 가장 단순하게 우리가 ‘회장’이라고 부르는 기업집단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이자 대표자는 누가 어떻게 뽑는지에 대한 법도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런 의사결정이 있다는 것을 안다. 주주총회도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법 밖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상의’ 결정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루빨리 이런 불투명한 기업집단의 거버넌스를 법 안으로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
셋째, 회사 관련 소송을 담당할 전문 법원이 필요하다. 법원의 전문화는 관련 분야의 지식과 경험의 수준을 높이고 신속한 실무를 돕는다. 특허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회생법원 등이 이미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회사 관련 소송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 더 신속하고 전문적인 결정이 필요한 분야다. 그럼에도 각 회사의 본점 소재지 법원들이 흩어져 있는 사건을 산발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결정의 깊이나 설득력이 아쉬운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큰 회사들이 델라웨어주에 본점을 두다보니 델라웨어 법원이 사실상 회사 전문 법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수십년 동안 법리와 판례를 축적하며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사 전문 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높으며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돼 있어, 국회와 법원이 빠르게 협의만 하면 언제든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아직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상투적인 말을 떠올려 본다. 빠르게 정상화되는 자본시장을 통해 국가의 자원이 제대로 분배되고, 젊은 세대와 은퇴 세대의 안정적 재산 형성이 가능해지며,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를 마음 깊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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