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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 중단이 ‘내란’ 종식[핵 없는 아시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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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6-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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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미키의 책 <일본은 왜 원전을 멈추지 않는가?>를 마지막 장까지 읽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시아의 반핵 활동가들이 모여 교류와 연대를 펼치는 반핵아시아포럼이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대만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초로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탈핵국가로 들어서는 대만으로 향하면서, 나는 ‘한국은 왜 핵발전을 멈추지 않는가?’라는 정반대의 물음을 떠안게 됐다. 한국이라는 우물 안에 있으면,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비록 낡았지만 수리해서 더 쓰면 나라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수명연장을 한 핵발전소는 단 한 기도 없었다. 모든 핵발전소가 정해진 설계수명까지만 운영되고 문을 닫았다. 반핵아시아포럼 기간인 5월 17일, 대만의 마지막 핵발전소인 핑둥현의 마안산 2호기가 발전을 멈추고 영면의 길에 들어섰다. 아시아의 반핵 활동가들은 타이베이에 있는 대만전력공사 앞에서 야간 집회를 열고 대만의 탈핵을 자축했다.
심지어 대만은 새로 건설 중이던 제4핵발전소인 룽먼 1·2호기를 공정률 98% 단계에서 건설을 중단하고 폐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고리 5·6호기(현 새울3·4호기)의 폐쇄 여부를 두고, 이미 28%나 공사가 진행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 손실이 크다며 건설을 강행하면서 ‘탈핵’의 꿈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대만 외에도 필리핀과 오스트리아는 준공을 마친 핵발전소를 가동하지 않고 탈핵으로 전환했다.
아오키 미키가 앞의 책에서 밝힌, 일본이 핵발전소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핵산업에서 정치권 및 언론으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돈과 흰돈이 핵발전 정책을 지탱한다. 둘째, 핵폐기물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핵발전을 유지한다. 중단하면 핵폐기물 처리를 본격적으로 요구받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잠재적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어 핵발전을 유지한다.
한국이 탈핵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아오키 미키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검은 정치자금, 언론 매수, 핵폐기물 방치, 핵무장 유혹 등은 모두 국민 앞에 정직하지 못하고 비민주적인 근거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대만은 어떻게 핵발전의 유혹을 끊고 탈핵 사회로 나아가고 있나?
대만 핑둥현에서 만난 저우춘미 현장(縣長)과 마안산 핵발전소에서 만난 대만전력공사 쩡원셩 회장은 모두 한결같이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대만 민주화 중심에 섰던 민주진보당(민진당)은 2000년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뤘고, 2016년 이후 집권을 이어오며 탈핵 사회로 나아갔다. 저우춘미 현장과 쩡원셩 회장 모두 민진당 소속이다.
민주주의가 대만의 탈핵을 가능케 했다면, 역으로 원전과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자민당 유일 지배 체제가 반세기 넘게 지속 중이고, 한국은 군사독재 시절에 핵발전을 본격 도입한 이후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에서 광적으로 핵발전에 집착했다.
이재명 정부에 감히 바란다. 내란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꽃피울 정부라면, 핵발전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후 핵발전소 폐쇄 결정을 다시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 설계수명을 마감하는 핵발전소가 10기에 달한다. 대만처럼 수명연장 없이 잘 폐쇄하기만 해도 에너지 전환을 이끈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물건은 새로 사는 것보다 아껴 쓰고 고쳐 쓰는 것이 환경에 이롭다. 하지만 정해진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품도 있다. 식품은 소비기한을 지켜서 먹어야 탈이 없다. 핵발전소도 굳이 비유하자면 식품에 가깝다. 대만이 값비싼 핵발전소를 아까워하지 않고 설계수명까지만 운영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재명 정부가 딱 그만큼만 해준다면, 머지않아 누군가 다음 책을 내게 될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핵발전을 멈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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